대양과 대기
지구에는 세 가지 종류의 대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첫 번째 대기는 태양 성운에서 나온 수소, 헬륨 등의 가벼운 기체로 이루어졌으며, 태양풍과 지구의 열로 인해 대부분 날아가버렸습니다. 이후 지구는 다량의 휘발성 기체를 내뿜기 시작하였는데, 이로 인해 산소는 적지만 온실 가스가 풍부한 대기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대기는 28억 년 전쯤 박테리아가 산소를 생산하면서 만들어졌으며, 산소가 풍부하였습니다.
두 번째 대기를 이룬 휘발성 기체는 지구 내부 물질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기화되어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므로 지구가 형성되기 시작했을 때도 대양과 대기를 존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대기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 기타 기체로 구성되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1 AU의 거리에 있는 미행성체의 경우 지구에 수분을 공급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태양 성운이 너무 뜨거워 얼음이 형성되기 어렵고, 수증기로 암석의 수화가 일어나기에는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입니다. 지구에 물을 공급한 것은 2.5 AU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날아온 운석과 원시 행성들이었으며, 유성 역시 어느 정도 공급했을 것입니다.
지구가 식으면서 구름이 만들어졌고, 여기서 내린 비는 대양을 만들었습니다. 바다가 만들어진 시기는 적어도 44억년 전쯤이라는 것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시생누대 초기부터 이미 지구를 뒤덮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옛날부터 대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과거에는 젊을수록 어두운 태양의 역설(faint young Sun paradox)이라는 주장 때문에 입증하기 힘들었는데, 이는 별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 밝아지고 태양은 당시 현재의 70%의 에너지만을 방출하고 있었으므로, 지구가 얼음으로 뒤덮였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현재는 당시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양이 충분해 온실 효과를 일으켰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는 화산 활동으로, 메탄은 초기 미생물에 의해 생산되었습니다.
생명의 기원
원시 대기와 바다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흥미를 갖는 것은, 이로 인해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생물에서 생물이 나타난 과정에 관해선 수많은 모델이 있으나 무엇이 옳다고 결론 내려지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생명의 탄생에 있어 첫 단계는 핵산과 아미노산 등 생명을 구성하는 단순한 유기물이 만들어지는 화학 반응이었습니다. 1953년 이뤄진 밀러-유리 실험은 물, 메탄, 암모니아, 수소가 있는 혼합 기체에서 번개의 역할을 하는 전기 스파크로 그런 분자들이 만들어짐을 확인하였습니다. 밀러-유리 실험에 쓰였던 혼합 기체는 원시 지구의 대기와 조성이 같지는 않았으나, 이후 원시 지구 대기와 좀 더 유사한 조성을 사용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최근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의하면 지구가 형성되기 전부터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그러한 유기물이 만들어졌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생명의 탄생을 위해 넘어야할 그다음 고비는 세 가지 – 자신과 유사한 자손을 낳는 능력 (자가증식,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결함을 고치는 능력 (물질대사), 음식이 들어오고 노폐물이 나가며, 원치 않는 물질은 막아내는 경계막 (세포막) 이 있습니다.
자가증식: RNA 세계
아무리 단순한 생물체라도 DNA를 통해 자신의 유전 정보를 기록하고 RNA와 단백질을 이용해 이 정보를 “읽어” 활용합니다.
리보자임이라 불리는 RNA 분자가 스스로의 증식과 단백질의 합성을 촉매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초기 생명체가 RNA로 이루어졌다는 가설을 낳았습니다. 이로써 수많은 자가증식과 돌연변이, 유전자 이동이 이뤄졌던 RNA 세계가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RNA는 이후 더 안정하고 더 큰 분자를 만들 수 있어 생명체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DNA로 대체되었습니다. 리보자임은 세포 내의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의 주요 구성 성분으로 아직 남아있습니다.
인공으로도 짧지만 자가증식이 가능한 RNA 분자를 만든 적이 있으나, 자연계에서 RNA가 저절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왔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RNA 이전에 PNA, TNA, GNA가 먼저 존재했다가 RNA로 대체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어떤 결정이나 양자계가 RNA 전에 자가증식을 담당했을 것이라 보는 입장도 있습니다.
2003년에는 다공성 금속 촉매가 고온, 고압의 환경인 열수공에서 RNA 합성을 도왔을 것이라는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가설은 지질 세포막이 출현하기 전 금속 내의 구멍이 세포막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물질대사: 철-황 세계
또다른 유명한 가설로는 첫 생명체가 단백질 분자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아미노산은 원시 대기와 유사한 실험실 환경에서 쉽게 만들 수 있으며, 아미노산 여러 개가 붙은 펩타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1997년 이래로 시도된 여러 번의 실험에서 아미노산과 펩타이드는 일산화탄소와 황화수소가 있는 환경에서 황화철과 황화니켈을 촉매로 사용해 형성됨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실험은 모두 섭씨 100도 이상의 환경과 어느 정도의 압력을 필요로 했으므로 역시 열수공에서 생명이 탄생하였을 것이라는 설을 지지합니다.
물질대사가 생명 탄생에 먼저 나타났다는 설은 진화를 설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가증식 능력이 없다면, 이러한 원시 “생명체”들은 자연선택의 결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최근 모델에서 이는 부정되었습니다.
세포막: 지질 세계
지질로 이루어진 이중 “거품”이 세포막을 형성한 것이 생명 탄생의 첫걸음이었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원시 지구를 흉내냈던 실험 결과 중 일부는 지질히 합성되었으며 이것들이 저절로 리포솜을 형성하고, 증식하였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이러한 리포솜이 핵산처럼 정보를 저장할 수는 없지만, 자연선택의 영향을 받을 수는 있었을 것입니다. 또 리포솜이 있다면 그 내부에서 RNA 합성이 더 쉽게 이뤄졌을 것입니다.
점토 이론
몬모릴로나이트 같은 점토의 경우 RNA 세계의 창조를 도울 수 있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점토들은 자신의 결정 무늬를 증식시킬 수 있고, 자연 선택의 영향을 받으며, RNA 형성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은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으나 지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2003년 연구 결과 몬모릴로나이트가 지방산을 “거품”으로 만들고, 이 거품이 점토에 부착된 RNA를 감쌀 수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 거품들은 다른 지질을 흡수하고 분할하면서 자라났습니다. 초기 세포의 형성도 이러한 과정으로 생겨났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학계는 처음 만들어진 원시 세포는 여러 종류가 있었으나, 이 중 단 한 종류만이 살아남아 모든 생물의 공통 조상 (last universal common ancestor, LUCA)이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이 “조상 세포”는 시생누대 초기, 대략 35억 년 이상 전에 살았으며, 세포막과 리보솜을 갖췄으나 세포핵이나 막성 세포기관이 없는 원핵생물이었을 것입니다. 현대의 세포들처럼, “조상 세포”는 DNA로 유전적 정보를 기록하고, RNA가 정보 전달과 단백질 합성을 맡았으며, 반응을 촉매 하기 위한 수많은 효소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몇몇 과학자들은 “조상 세포”는 한 종류가 아니었으며, 서로 유전자 전달을 통해 유전자 교환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